눈물을 흘리는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때나 눈물을 흘리면 좋은 연기가 아닐 것입니다. 노래를 높은 옥타브까지 할 수 있다고 해서 쓸데없이 고성을 내면 듣는 사람이 힘들어집니다. 이렇듯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해서 불필요한 영역까지 과도하게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남용하는 것을 놓고 꼭 필요한 부분에만 우선적으로 써야 할 것입니다.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영화를 더욱 부각하는 경우가 있듯이 인공지능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많습니다.
기차 판단이 포함된 문제나 창조성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인공지능을 피해야 합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으로 딥러닝, 머신러닝, 통계로 구분해서 검토해야 합니다. 정보가 충분하고 정형 데이터의 비율이 높으며 선형적인 문제일수록 통계를 쓰는 것이 맞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머신러닝이 적합합니다. 또한 머신러닝으로 충분하지 않을 만큼 정보가 부족하고 정형 데이터의 비율이 낮으며 비선형적인 문제일 경우에는 딥러닝이 필요한 것입니다. 통계가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덥 러닝이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합니다.
인공지능이 하게 되는 일은 결국 추천 또는 예측입니다. 기존 방법의 성능을 측정하고 인공지능을 적용했을 때의 성능을 측정해서 인공지능을 더했을 때 그 성능이 개선되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추천의 경우에는 추천을 잘했는지, 못했는지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추천 자체로 평가하는 것보다는 추천의 결과로 원하는 상황이 되었는지 정도로 평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했을 때 실제 구매를 더 많이 했는지로 평가할 수 있고, 웹페이지에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표현했을 때, 해당 웹페이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머물렀는지 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예측의 경우에는 다시 분류와 분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적용했을 때의 성능이 기존 방법의 성능보다 아주 미미하게 개선되었거나, 오히려 성능이 더 나빠지는 경우라면 인공지능을 도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초기 단계의 머신러닝은 일반적으로 통계 등의 기존 방법보다 성능이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소와 말 같은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걸을 수 있지만 사람은 훈련 기간이 있는 것처럼 머신 러닝도 마찬가지입니다. 머신러닝의 초기 성능은 좋지 않지만, 계속해서 훈련 데이터를 수집해서 훈련시키면 기존 방법의 성능을 뛰어넘게 됩니다. 이런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한 시간관 비용을 감수할 수 없다면 머신러닝을 활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머신러닝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한 방법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능이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통계적인 방법은 머신러닝에 비해서 성능이 큰 폭으로 개선되기 어렵습니다. 통계적인 방법으로 모델을 만들 때 가정했던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에는 통계 모델이 완전히 틀릴 수 있지만, 머신러닝으로 만든 모델은 환경이 급변해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특정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통계 모델을 가지고 범용적인 모델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데, 머신러닝은 특정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든 모델을 가지고 범용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 보다 쉽습니다. 초기 단계의 머신러닝 모델의 성능이 기존 방법의 성능보다 낮더라도, 위와 같으 장점을 기대하는 경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를 감수하고 머신러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딥러닝이라는 좋은 기술이 있으니 이 기술을 적용해 보면 좋을 것이다 라는 막연한 기대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은 수단일 뿐이지 이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어느 한 스타트업은 2003년에 발품을 팔아서 대학교 주변의 식당 약 50개를 모집한 후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음식 배달을 주문하면 식당 주인의 핸드폰으로 주문 내역이 문자 메시지로 전달되는 서비스를 운영했습니다. 사람들이 실제로 음식 주문을 하는지, 식당 주인이 실제로 배달을 하는지 등을 이 시스템을 통해서 계속해서 모니터링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문을 한지 한참이 지나도 식당 주인이 문자 메시지를 보지 못해서 배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이 계속 발생했습니다.
그 스타트업은 손쉽게 주문 사항을 확인하고 배달을 하면 돈을 버는 일인데 왜 확인이 늦어지는지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여러 매장을 방문하여 원인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방문했던 중화 요릿집 사장은 장사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문자 메시지를 매번 확인하기가 어려워요. 차라리 전화를 해주는 게 낫죠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스타트업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지 않았고, 기존 시스템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결국 개발한 인터넷 배달 서비스는 기대했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문을 닫았습니다.
그 스타트업이 기술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배달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식당 주인에게 확인 전화까지 직접 해주었더라면 좀 더 성공했을지도 모릅니다. 기술은 수단일 분이기 때문에 기술 자체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생각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반면에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음식 배달 서비스인 B 서비스와 Y 서비스가 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할 때는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에만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주문이 접수되면 식당 주인에게 시스템을 통해 주문 내역을 알려 줄뿐만 아니라, 식당 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주문 내역을 알려 주는 접근도 병행했던 것입니다. 식당 주인이 시스템을 통해 주문 내역을 확인하는 것이 익숙해진 뒤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을 점차 줄었고 결국 이 시스템만으로도 배달 주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눈앞에 있는 촛불을 끄기 위해서 염력과 초능력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가볍게 입김을 불어서 끄면 될 일을 기발한 방법을 동원시키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을 집착한 나머지 보다 더 간단하고 편리한 대안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